사회

글쓰기의 악마성에 대해

사람조아 2021. 3. 7. 18:36

저게 신문 칼럼 제목이라니. 무슨 테러 지령문 같다. 읽고나서 이틀 반쯤 악몽과 체기에 시달렸다. 내 비위가 약해서 그런 게 맞을 거다. 글쓰기의 잔학한 파괴력에 몸서리쳤다.

한때 저 이 글을 좋아했다. 취할 것도 있었고 해학과 풍자의 담대함에 유쾌한 에너지를 얻기도 했다. 언제부턴가(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조롱과 비아냥만 난무한다 느껴져 멀리했는데 갈수록 악취를 풍긴다. 증오와 혐오가 기본값이 된 느낌이다. 어떤 이는 예전보다 지금 그의 글이 더 좋다고 환호할 수도 있다. 그거야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증오와 혐오를 부추키는 게 나이먹어서 할 짓은 아니란 생각이다.

진영이나 이념, 취향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인간이란 탈을 쓰고 있는 한 그에 걸맞게 미안해 하고 부끄러워해야 하는 공통 분모는 있지 않겠나. 특정인을 맘껏 조리돌림해도 되고 (심리적) 척추를 부러 뜨려도 된다는 저런 선동은 짐승이나 하는 짓이다. 게다가 그렇게 당해도 되는 사람이라 미안해 할 필요도 없다니. 당신은 가족도 없나,라는 질문조차 저런 글 앞에선 하릴없다. 한가해서 분통이 터지는 질문이다. 어떤 논리와 명분과 팩트를 들이 밀어도 저건 사람의 말이 아니다. 악마의 선동이다. 누구라도 저런 정도의 심리적 테러를 당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뼈만 남기고 살을 발라내는 식인물고기떼 같은 스토킹이다. 그걸 일 년 넘게 보고 있는데 끝도없이 되풀이 하잔다. 법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고 상식도 아니고 공정성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전쟁범죄 같은 말이다. 학살의 언어다.

몇 년 전에 신문 칼럼을 통한 사회적 영역의 글쓰기를 중단했다. 누군가를 비판해야 하는 일이 버거워져서였다. 그런 글쓰기로 상처받는 이들의 실체가 생생해져서 두려웠다. 쓸수록 자꾸 스스로에게 찔려서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포스팅도 그러지 않은가 자문했다. 글에 대한 분노와 역겨움에 보자마자 썼다가 나만 보기로 며칠 놔두었다. 이 제목 사진만 봐도 또 상처받고 몸서리치는 마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 불필요한 진영논리나 어줍잖은 정치적 공방 이런 거 다 떠나서 사람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죽이는 글을 쓰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제발 그러지는 맙시다, 하는 심정으로. 글쓰기의 허망함 혹은 악마성에 대해.

- 이명수님 페북에서 옮겨 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