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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 무당 그리고 정치

사회

by 사람조아 2022. 1. 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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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전우용 선생의 페이스북 글입니다.
대선과 윤석열 후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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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해방 직후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친일파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일본에 있던 동포들이 귀환하던 6.25 직전 일본으로 유학했는데, 거기에서는 다시 ‘조센징’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걸 견디지 못해서인지 다시 독일로 건너갔으나, 이번에는 ‘황인종’이라고 멸시받았습니다. 사춘기를 갓 넘긴 나이에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만드는 일들이 거듭됐습니다. 그는 결국 일본인과 조선인을 아우르는 ‘황인종’으로 자기 정체성을 정립하고, 유럽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황인종의 영웅 징기스칸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징기스칸과 몽골족을 만들어낸 ‘정신’으로 주목한 것이 ‘샤머니즘’이었습니다. 마침 TV 수상기가 본격 보급되던 때였습니다. 그는 화면을 통해 여러 사람의 모습과 목소리를 번갈아 보여주고 들려주는 TV 수상기에서 ‘샤먼’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TV 수상기를 사람의 머리 형상으로 만들고 화면에 여러 사람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디오아트는 이런 발상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샤머니즘’은 죽은 사람의 혼령과 소통한다는 종교입니다. 오늘날 무속인, 무당 등으로 불리는 ‘샤먼’은 자기 몸에 죽은 사람의 혼령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존재입니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우피 골드버그가 바로 샤먼이었죠. 죽은 사람의 혼령은 시공을 초월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거나, 현재의 일이 잘 안 풀리는 건 ‘그’가 방해하기 때문이니 ‘그’를 달래줘야 한다는 것 등이 샤머니즘의 주된 ‘교리’입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의 혼령은 인간의 욕망을 초탈(超脫)한 초월적 존재가 아닙니다. 이 점이 다른 ‘보편 종교’와 구별되는 점입니다. 죽은 사람의 혼령과 소통하고 ‘그’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기 위해서는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거나 욕망을 실현해 줘야 합니다. ‘굿판’에 산해진미와 가무, 돈이 들어가는 것은 ‘그’의 ‘인간적 욕망’을 달래주기 위해서입니다.

윤석열 씨가 ‘무속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네트워크 본부’를 해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씨가 검찰총장일 때 신천지 압수수색을 거부한 게 무속인의 권유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샤머니즘의 신은 ‘모두의 신’이나 ‘뭇 중생의 신’이 아니라 ‘특정한 무당과 연결된 특정한 귀신’입니다. ‘특정한 귀신의 욕망’도 ‘사욕(私慾)’입니다. 원시종교 의례에서는 남을 저주하거나 심지어 인신공양까지 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특정한 귀신’의 요구에 따르는 ‘특정한 권력자’의 소행이었죠. 샤머니즘이 ‘근대적 보편종교’로 발전하지 못한 것도 이런 ‘사사로움’ 때문이었습니다. 샤먼이 정치에 관여하면 반드시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죽은 귀신의 혼령이 샤먼을 지배하고 샤먼이 권력자를 지배하며 권력자가 죽은 귀신의 뜻에 따라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귀신 좋은 일’만 생기지 ‘모두에게 좋은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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